킥라니(전동 킥보드) 잡는 도로교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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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에 관한 사고 발생 건수가 15배 정도 증가했다. (2017년 117건에서 2021년 1,735건)

증가하는 사고 건수에 비례해 같은 기간 동안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5배가량 늘었다. (2017년 4명 사망, 2021년 19명 사망)

편리를 제공하며 환영받던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는 해가 갈수록 대중에게 천덕꾸러기,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킥보드를 타는 이용자를 제외한 일반 시민(보행자, 운전자 등) 대부분은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가 지나가면 눈살을 찌푸린다.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보도 통행 등, 여러 교통법규를 가볍게 위반하는 킥보드 이용자를 보며 대중은 등을 돌렸다. 나 역시 그런 대중의 한 명이다.

무지하고 얌체 같은 킥보드 이용자들이 부디 한 건이라도 더 처벌받고 단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전동 킥보드와 관련해 최신 개정된 21년 도로교통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전동 킥보드 무면허는 10만 원

운전 중 인도와 차도 사이를 곡예 운전하는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를 자주 본다.

횡단보도에서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와 같이 길을 건널 때도 많다.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를 운전하는 이들 중 아직 앳된 얼굴을 한 이용자를 많이 본다. 10대로 보이는 운전자들이다.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 무면허 운전 단속


나는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를 이용하는 10대를 볼 때마다 몇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쟤들 면허는 갖고 타는 건가?’

‘전동 킥보드 타는데 원동기 면허가 필요한 건 알까?’

‘전동 킥보드, 면허 없이 타면 10만 원 범칙금인데, 알고 있나?’

‘도로교통법 제43조’에 의해 ‘개인 이동형 장치 무면허 운전’은 범칙금 10만 원을 내야 하는 범법행위다.

10대의 청소년이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으니,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를 타기 위해선 최소 원동기 면허가 필요하다. (만 16세 이상, 원동기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내가 길에서 만난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 10대 이용자 중 과연 몇이나 해당 면허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전동 킥보드 면허 없이 타면 10만 원 범칙금이다.

1번만 단속되더라도 킥보드를 다신 타지 않거나, 원동기 면허를 취득하는 금융치료가 될 듯하다.

전동 킥보드 헬멧 안 쓰면 2만 원

솔직한 심정으로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를 타는 이들의 면허가 있는지 없는지 나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를 혐오에 가깝게 싫어하는 배경에는 아주 몰상식한 운전 행태가 있다.

보행자가 다니는 횡단보도·인도 주행은 기본이고, 2명 이상 탑승, 전동 킥보드 헬멧은 아예 온데간데없다.

이처럼 최소한의 합의인 법과 규칙은 안중에도 없이 본인 편의만 내세워 제멋대로 타고 다닌다. 게다가 면허조차 없는 10대 이용자가 대거 가세했으니 기본적인 교통 상식을 기대할 수 없다.

아래의 사진을 한번 보고, 이들은 과연 얼마의 비용을 부담하며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를 타고 있는지 이야기해 보자.


사진에서 보이는 교통법규 위반 행위만 보더라도(무면허 운전, 음주운전 등의 유추는 차치하고) 11만 원짜리 이용권을 끊고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를 타는 셈이다.

우리 도로교통법은 동승자 탑승 시 범칙금 4만 원을 부과한다. (도로교통법 제50조 10항. 개인형 이동장치 승차정원 위반)

거기에 킥보드에 올라탄 두 명 모두 안전 헬멧을 쓰지 않았다.

운전자는 범칙금 2만 원을 내야한다. (도로교통법 제50조 4항. 개인형 이동장치 운전자 안전모 미착용) 동승자가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 헬멧을 쓰지 않으면 운전자가 과태료 2만 원을 부담한다.

마지막으로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 인도 주행 범칙금은 3만 원짜리다. (도로교통법 제13조 1항. 보, 차도 구분 도로에서 보도 통행)

위 사진처럼 연인끼리 데이트 중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 신고를 당했다고 가정해 보자.

한순간에 11만 원이 날아가는 상황이다. (대중의 법 감정 때문에 단속 경찰이 가장 중한 위반 사항 하나만 범칙금 발부하겠지만)

이 정도면 데이트 당일 근사한 저녁 한 끼는 거뜬한 비용 아닌가? 돈도 돈이지만 그날 그 기분으로 서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전동 킥보드 음주운전, 그야말로 나락 간다

술 먹고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를 탔다.

변명의 여지 없이 음주운전이다. 흔하게 킥보드는 술 먹고 타도 괜찮은 줄 알았다고 말한다. (자전거도 술 먹고 타면 범칙금 3만 원을 내야 한다.)

자동차 음주운전은 면허 정지 수준이면(0.03~0.08%)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이와 비교하면 전동 킥보드 운주운전은 10만 원 범칙금(도로교통법 제44조 1항. 자전거 등 음주운전)에 그치니 다행이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싸게 먹힌 걸까?

문제는 행정처분이다. 혈중알콜농도 0.03~0.08% 만큼 술을 먹고 킥보드를 탔다면 면허정지 100일, 0.08% 이상이라면 1년 이상 면허 취소다. (2회 이상 단속 경험이 있다면 가중처벌은 덤이다.)

이 행정처분이 전동 킥보드 음주운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정리하자면, 술 먹고 킥보드를 타고 음주 단속되면 그 행정처분이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운전 면허에 영향을 미친다. (면허 정지 또는 취소 그대로)

화물 운수, 택배, 배달 라이더 등 운전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이라면 그들이 갖고 있는 특수면허, 1종 대형, 1종 보통, 2종 소형 등의 운전 면허가 모두 정지 또는 취소되는 것이다.

이처럼 짊어져야 할 대가가 막중하니, ‘술 먹고 킥보드 타는 게 음주운전인 줄 몰랐다’는 무지한 말은 넣어두자.

대충 만든 법과 얌체 같은 업체

2020년 12월 전에는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규제와 법이 마땅치 않았다.

시대는 변하고 새로운 편리 수단이 등장했는데 시스템은 그 현상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전동 킥보드와 관련한 교통 법규는 대부분은 자동차 및 이륜차의 그것을 따와 적용했다.

그러다 2020년 12월, 국회에서 관련법을 마련했다.

뒤늦게 만든 법은 비난투성이였다. 우선 특별한 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각종 범칙금을 낮췄다. (예. 횡단보도 통행금지 범칙금 4만 원 > 3만 원. 지금은 아니다.)

또 면허에 대한 행정처분을 없앴다.

그랬던 것이 불과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2021년 5월에 다시 개정되었다. 그 뒤 지금까지 전동 킥보드에 대한 교통법규는 유지되고 있다.

다시 면허가 있어야 탈 수 있게 바뀌었고, 킥보드 음주운전으로 인한 행정처분이 소지하고 있는 모든 면허에 반영된다.

이런 사실을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전동 킥보드를 타는 이들 조차 잘 모른다. (알아보려면 알아볼 수는 있으나)

법이 개정되고 어느 정도 홍보·유예 기간을 둔다지만 (개인적인) 체감상 충분치 않은 수준에서 그쳤다.

상황이 이런데도 어느 누구도 이토록 대충 만든 법을, 그리고 전동 킥보드 서비스로 수익을 챙기는 주체에게 아무런 제제도 가하지 않는다.

법은 전동 킥보드 헬멧 미착용 시 이용자들에게 범칙금을 부과하면서도 서비스 제공자에게는 킥보드와 헬멧을 함께 제공토록 강제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현실은 개인이 헬멧을 소지하고 킥보드를 타야 위법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킥보드 서비스 제공업체도 제재가 없으니 이 실태를 방관한다.

면허의 부존재가 킥보드 이용에 있어 큰 화두가 됨에도 이용자의 면허 소지 유무, 나아가 그 면허증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시스템 마련에는 뚜렷한 반응이 없다.

이로 인해 지금, 이 시간 어딘 가에는 전동 킥보드 한번 잘못 탔다가 생돈 내고, 심지어 범법자가 돼버린 이들이 있다.

안 타던가, 타려면 알고 타던가

전동 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를 타고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주차해 둔 것을 자주 본다. 결국 이렇게 널브러진 킥보드 때문에 누군가는 피해를 본다.

지난 9월 인천에서 한 남성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멋대로 방치된 킥보드에 부딪혀 온몸을 다치고 500만 원짜리 자전거도 고장 나는 사고를 겪었다. (JTBC 뉴스룸 9.22 보도. 「밤길 방치된 전동 킥보드에 걸려 ‘우당탕’…업체는 “책임 없다”」 참고.)

일주일 전에는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신호위반이 의심되는 전동 킥보드가 화물차와 부딪힐 뻔한 사고가 있었다.

화물차 운전자는 가까스로 핸들을 틀어 킥보드를 치지 않았지만, 대신 화물차가 전복되어 운전자의 손목이 부러졌다.

킥보드를 탄 여중생 운전자가 넘어진 화물차 옆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장면이 주변 차량 블랙박스에 찍혔다. (MBN 10.12 보도. 「새벽 중 전동킥보드 타던 여중생 피하려다 화물차 전복돼」 참조.)

이 밖에도 다양한 전동 킥보드 관련사건·사고·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에서는 방치되듯 불법 주차된 전동 킥보드를 견인하고 있다.

외국에선 프랑스가 전동 킥보드 공유 사업을 퇴출한 것을 비롯해 유럽 각국에서 전동 킥보드 서비스를 중단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이런 변화는, 전동 킥보드를 끔찍이 싫어하는 내게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피부로 와닿을 만한 변화는 아직이다.

그 답답한 마음에 이런 장문의 푸념 같은 글이라도 써본다.